Artist in Residency

Vermont Studio Center

Author
admin
Date
2018-01-0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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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열심히 레지던스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 후기를 좀 남겨달라는 말씀들을 하셔서
제 나름의 기준으로 정리해서 해서 한번 올려보려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반영 되어있기에
참고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12년 학교 졸업후 한국에 들어와서 서서히 작가 생활이 무엇인지
알아가면서, 전시 말고도 레지던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작가들이 모여서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상 학교 졸업 이후 더 이상 여러 사람이 모여서 작업에 대해서
이야기 하거나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교류할 곳이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아니었습니다. artist in residency 라는 프로그램이
존재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전시 공모는 몇번 지원 해봤지만
레지던스 공모는 처음인지라 초반에 많이 물먹었고 (지금도 먹습니다)
드디어 2014년 연초에 레지던스 합격 메일을 받았고 첫 레지던스를
준비하게 됩니다.

제가 처음 가게 된 곳은 Vermont Studio Center라고 미국 버몬트주로
캐나다 퀘백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레지던스로 규모가 상당히
큰편입니다. 첫 VSC 지원을 2013년에 했었고 떨어졌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지원을 했고 그 다음해인 2014년에 합격을 받았고
저에게 난 자리는 2015년 1월 한 겨울 이었습니다. (캐나다 퀘백에서
멀지 않은 버몬트는 겨울에 가시는거 비추천입니다. 정말 밖에서
숨한번 쉬면 뇌가 얼어버릴듯한 겨울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VSC는 대형 레지던스라서 어린 작가들이 시작점으로 많이들 시작하는 레지던스 입니다
이곳의 가장 좋은 시기는 늦봄과 여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몬트가 국립 공원이 있어서 경치가 좋구요, 여름에 가면
시원하고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겨울에 가게된 사연은
레지던스 요금 때문입니다. VSC의 경우 숙박과 스튜디오(혼자쓰는), 그리고
삼시세기를 주는 레지던스 입니다. 즉 비용이 발생 합니다.

지원서를 쓸때 Fellow를 지원할 수 있구요 fellow로 선정되면
정도에 따라서 전액 면제 혹은, 부분적으로 감면을 받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겨울이 인기가 적기때문에 저는 겨울을 지원했습니다


이곳은 시각 예각 예술가, 음악가(주로 작곡가), 글쓰는 작가를 포함한
예술인들을 위한 레지던스로 50명 넘는 인원이 지내게 됩니다.
즉 스튜디오도 평면, 입체, 글쓰는 사람 스튜디오가 용도별로
있게 되고, 상대적으로 입체 작업하는 작가의 작업실은 평면 작가들에
비해서 수가 적습니다. VSC에서는 평면 작가를 더 많이 선호하고
더 많이 뽑습니다. (스튜디오 수가 더 많기 때문에) 더불어 fellow로
뽑히지 않더라도 VSC 내에서 노동을 통해서 요금을 감면 받을 수
있습니다. (식사 배식 도움이라던지) 이것은 지원서 작성시
따로 표시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버몬트 주에 도착하게 되면, 하루 한번 셔틀 버스가
운영됩니다. 떠나기 전에 계약서를 쓰면서
셔틀을 물어 볼 수 있구요. 셔틀은 기차역 (미국 다른 지역에서 올 경우),
비행기 공항으로 오게 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시카고에서 버몬트행
비행기를 탓기 때문에 비행기 픽업 서비스를 신청 했고
편도 20불로 기억합니다. 픽업을 신청하고 공항에서 대기 하면
VSC 직원이 돌아다니며 사람을 찾고 픽업 신청자 전원이 모이면
작은 미니버스 (봉고차)에 짐과 사람을 태우고 가게 됩니다
(짐은 1인 큰 캐리어 2개, 작은 가방 1개 가능)

도착하게 되면 방키를 받게 됩니다.
본인의 스튜디오 키와, 방키, 방이 있는 집의 현관문 총 3개의
열쇠를 받게 되구요. 집은 2층집으로 한 집에 4-5명의 작가들이
살게 됩니다 (독방이고, 화장실을 공유합니다)
매주 1회 방 청소가 있습니다. 방청소날 침대 커버와 수건을 바꿔줍니다

Johnson 이라는 작은 동네에 (정말 작습니다. 세탁소, 기념품 가게,
우체국, 은행, 화방, 슈퍼, 카페, 맥주집 하나 정도 있습니다)
큰길에서 가운데 서서 양옆으로 쳐다보면 모든 상점이 보일정도의 작은 동네로
VSC 마을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나마도 2014년에 새로 생긴 슈퍼 덕분에 저는 불편함이
없었으나, 그 전에 온 작가들은 슈퍼가 근처에 없어서 불편했다고 하네요.

도착하면, 방키를 받고 직원이 한명씩 데리고 다니면서 지낼 집과 방을
소개해주고, 스튜디오를 구경 시켜줍니다. 그리고 나면 대략
식사시간이 다가오구요. 대형 식당에 모여서 다함께 식사를 하게 됩니다.
워낙에 사람이 많아서, 차차 인사 하면서 익숙하게 될겁니다.

밥은 채식주의자 음식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음식 두종류로 나오고요
음식은... 개별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방장님이 제가 있을 시기에는
모든 음식에 설탕을 많이 넣는지 좀... 달았습니다) 무튼

늘 샐러드 바가 있고, 음식은 종류별로 다양하게 나옵니다.
아침은 간단히 알아서 챙겨먹을 수 있는 수준이고
점심 저녁은 제대로 나옵니다. 더불어 주말에는 브런치로 아점 한끼와
저녁 한끼가 나오게 됩니다. 식사시간을 놓치면 밥 못먹어요 ^-^

주방장님이 부업으로 택시도 하셔서, 픽업 스케쥴과 다르게
공항에 가야한다면 이분께 말씀드리면 동네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데려다 줍니다 (아무시간떄나!)

작업실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평면 작가들이 가장 큰 건물을 사용하구요
판화 작가들이 판화 설비가 가능한 교회쪽 작업장을
이용합니다. 저는 입체 작가라서 옛 소방서 건물을 사용했는데
5개의 스튜디오가 있었고, 가마2개와 프레스 기계가 있어서
도자 작업까지 가능합니다 (도자 작업시, 흙과 가마비 별도)
가장 최근 VSC을 다녀오신 작가분 말씀에 의하면 불이 크게 나서
제가 있던 소방서 작업장이 홀라당 탔다고 합니다.
아마 보수를 다시 하는데 시간이 걸릴듯 하네요

VSC는 말씀드렸다 시피 규모가 크고 많은 작가가 있기 때문에
연령대와 경력층이 다양합니다. 학교 선생님, 교수부터 갓 대학을
졸업한 어린 작가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신청할수 있는 기간은
주별로 되어있고 보통 2주단위로 많이들 지내다 갑니다.

VSC에서는 visiting artist를 초대해서 저녁을 먹고 난 다음에
식당에서 강연을 듣기도 하고, visiting artist가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면서 같이 작업 이야기도 합니다 (이는 선택사항임)
저의 경우에는 visiting artist가 왔을때 개별 면담을 신청해서
작업 이야기를 했었구요 (학교에서 하는 작가 만남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고, 실제로 제 선생님들도 방학에는 이곳에 종종 오셔서
강연과 젊은 작가들과 이야기를 하다 가신다고 합니다)

시각 visitng artist 말고도 글쓰시는 분이 오시면 밤에 그분의 글
낭독회도 진행되기도 하지만- 영어가 머리아파 저는 패스 했습니다.

거의 매일밤 저녁에 나름의 행사가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이 자진해서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는 slide lecture시간이 있구요 (이것 또한 선택 사항으로
부엌에 신청 표가 있습니다. 신청한 분은 밥먹기 전에 usb에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들을 담아 오면 직원이 발표용 컴퓨터로 옮겨주게 됩니다
길지 않게 짧게 여러명이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더라도 함께 참여하는것을 추천합니다.
(이미지만 보여줘도 되잖아요 ^-^)

사실상 자신이 지내고 있는 작업장 이외에는
다른 작가들 스튜디오에 갈일이 별로 없어서, 타인의 작업을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이 시간을 통해서 서로의 작업을 보게 되고
자신이 관심있는 작업을 하는 작가를 발견하면, 밥먹을때 옆에서
먹으면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나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요가 클래스도 진행되고 있어서 일정 비용을 내면
요가 운동을 할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VSC에서 2주마다 오픈 스튜디오를 하게 됩니다.
이날은 저녁을 먹고 밤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공개하는 것으로
(공개를 원치 않으면 문을 닫아두면 됩니다) 모든 건물의
작업장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동네에 작은 화방이 하나 있는데 나름 웬만한 물건은 다 있는데
아무래도 평면 작가들이 많이 오다 보니 평면 작가들 물건
위주로 있습니다. 물감 캔버스 종이류는 빠짐없이 잘
구비되어있구요. 월요일은 휴일입니다.

VSC에는 작은 도서관이 존재합니다. 식당이 있는 건물
지하에 가면 꽤 많은 종류의 책과, 공동으로 사용 하는
컴퓨터와 프린터가 있어서, 서류작업도 가능합니다.

리서치나, 글쓰는 작가들은 간간히 이곳에서 조용히
작업을 하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이곳이 가장
와이파이가 잘 잡힙니다. 더불어 어떤 숙소도 와이파이가
없어요 그렇지만 스튜디오에는 와이파이가 깔려있어서
스튜디오 근처 숙소 방 배정받은 작가들은 간간히
와이파이가 잡힌다고 합니다.

이렇게 저의 첫 레지던스는 -32도를 경험하며,
레지던스가 무엇인지 구경하다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첫 레지던스였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라서
준비를 잘 못해가서 좀 버벅거린 경향이 있었지만
그곳에서 좋은 동료 작가를 만나서 지금도 연락하며
서로 정보도 주고 받고 다른 레지던스 갔다가 근처살면
만나기도 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습니다.